겨울 왕국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 안 보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Frozen

Frozen

최근 겨울 왕국이 화제다. 나 역시 극장에서 각각 2D, 4DX, 3D로 세 번이나 관람했으니 이 난리에 한 몫한 셈이다. 한 영화를 본의 아니게 영화관에서 두 번 본 적은 있지만, 내 의지로 극장에서 두 번, 심지어는 세 번까지 본 영화는 겨울왕국이 처음이었다(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역사적인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나마 남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겨울 왕국은 어떻게 보면 재난 영화 같았다. 볼케이노나 해운대같은 영화를 봤을 때 화산 폭발이나 해일을 악으로 여길 사람은 없다. 자연 재해는 어차피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고, 그런 답없는 상황 속에서는 인물 사이의 드라마가 더 두드러지게 보이기 마련이다. 라이언킹에서는 스카가, 알라딘에서는 자파가 사라졌을 때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던 것과는 달리 겨울 왕국에서는 한스나 위즐톤같은 캐릭터가 사라졌어도 눈보라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야기의 궁극적인 악이 아니라 모든 것이 얼어 붙은 아렌델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 (그래서 현실적인) 소악당에 불과하다. 

궁극적인 악이 없는 겨울 왕국에서 그나마 가장 나쁜 놈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한스다. 한스는 극 후반부까지는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를 아주 성실하게 연기하지만 곧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백마 탄 왕자의 배신으로 공석이 된 공주님 옆자리는 순록 탄 얼음 장수의 차지가 되었다. 물론 알라딘도 도둑이었고, 라푼젤의 플린도 도둑이었으니 얼음 장수가 공주의 짝이 못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한스도 크리스토프도 겨울 왕국에서는 조연일 뿐이었다.

트롤 장로는 진정한 사랑의 행동(an act of true love)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다른 트롤이 ‘그럼 사랑의 키스?’라고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또 지금까지 봐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덕분에 모든 관객은 키스가 바로 진정한 사랑의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한스의 키스가, 다음에는 크리스토프의 키스가, 마지막으로는 엘사의 눈물이 안나의 심장을 녹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모두 틀렸다. 이제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겠다던 안나에게 올라프는 사랑이란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좋다는 올라프의 행동처럼, 언니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안나의 진정한 사랑의 행동이 스스로의 심장을 녹인 것이다.

그래도 역시 겨울 왕국의 백미는 Let it go였다. 아무도 없는 설산 위에 발 딛고 서는 엘사의 모습을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외부로부터 강요받은 세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찾고 싶다는 열망을 가슴 속에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엘사가 지금까지 자신을 구속했던 것들을 모두 던져 버리고 자유를 선언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해방감을 느꼈던 걸까. 최소한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해커스 – 세상을 바꾼 컴퓨터 천재들

해커스 - 세상을 바꾼 컴퓨터 천재들

ITS 시스템은 인해전술이나 벼락치기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이 시스템은 도입된 이후로 거의 항상 점진적으로 개발되었다. 큰 시스템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다. 전반적으로 ITS 시스템은 설계자가 개발하고 사용자가 설계한 시스템이다. 설계자가 개발자면 비현실적인 소프트웨어 설계라는 문제가 크게 줄어든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개발자가 설계자면 구현에 대한 여유와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이 커진다. 사용자가 설계자면 사용자가 설계한 기능이 안 쓰이고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낮아진다. 설계자가 사용자면 시스템이 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해커들이 다 함께 내쉰 안도이 한숨에는 유감도 짙게 묻어났으리라… 비록 연구실 안에서는 자물쇠 없는 민주적 시스템을 만들어냈지만 외부 세상과 너무도 멀어지는 바람에 자신들의 이상적인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혐오하던 바로 그 자물쇠와 방어벽과 관료주의적인 접근 목록을 사용해야 했으니까.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사용자들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시 시작했다. 커뮤니티메모리 사람들이 하루 동안 입력된 항목을 살피다 보면 어느 범주에도 들지 않는 항목이 발견되곤 했다.

마쉬는 ‘로버츠가 MITS를 운영하는 방식’ 그대로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제품을 발표한다. 그런 다음 제품 설계와 제조에 필요한 돈을 모은다.

하지만 그 ‘잊지 못할 2년’이 끝날 무렵, 조립형 컴퓨터든 조립된 컴퓨터든, 하드웨어 해커들이 갖고 놀기 좋아하던 기계를 만들던 회사들, 즉 엔지니어들이 운영하던 회사들은 사라졌다. 시장을 지배하는 컴퓨터는 애플, PET, TRS-80이었고, 그들은 완제품 하드웨어였다.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려고 완제품 하드웨어를 구매했다.

“한편으로 정보는 비싸지고 싶어한다. 왜? 가치가 있으니까. 적시 적소에 얻어지는 정보는 인생을 바꾼다. 다른 한편으로 정보는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왜? 얻는 비용이 점점 낮아지니까. 그래서 두 가지가 항상 서로 싸운다.”

어떻게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는가

폴 그래험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해 쓴 에세이를 번역했습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는가

2012년 11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문제, 기왕이면 자신이 가진 문제를 찾아야 얻을 수 있다.

최고의 스타트업 아이디어에는 대개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가 스스로 원했고, 직접 만들 수 있었으며, 창업자 외에 그 일이 가치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바로 최고의 스타트업 아이디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야후, 구글, 페이스북이 모두 이렇게 시작했다.

문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무엇보다 그 문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아무도 관심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 1995년, 나는 미술 갤러리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회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갤러리들은 온라인으로 이사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예술 비지니스는 온라인과는 맞지 않았다. 내가 이런 멍청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느라 6개월이나 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내가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실제와는 무관한 세계를 마음에 그렸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우리 제품을 유료로 사용해 보라고 사용자를 설득해 보기 전까지 내가 그린 세계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심지어 그 이후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그 세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내 세계에 집착했고, 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이미 많은 시간을 쓴 뒤였다. 고객들은 내 제품을 원해야만 했다!

그렇게도 많은 창업자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들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두 가지 이유에서 위험하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얼마 없거니와, 보기에는 그럴듯해서 작업을 시작하라고 유혹하는 나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Y콤비네이터에서 우리는 이런 아이디어를 “분장용(made-up)” 또는 “시트콤(sitcom)”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TV 쇼에 나오는 인물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자. 작가들은 그가 무슨 스타트업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만 한다. 하지만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내기는 어렵다. 필요하다고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놀라울 정도로 운이 좋지 않은 한) 작가들은 좋게 들리긴 하지만 실제로는 나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생각해 보자. 듣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애완동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큰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트를 좋아할 것이다. 그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들 중 2~3% 정도만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면 수백만의 사용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들에게 맞춤식 제안을 제공할 수도 있고 프리미엄 기능을 이용하는 데 요금을 걷을 수도 있을 것이다. [1]

이런 아이디어가 위험한 이유는 당신이 아이디어를 구현했을 때 애완 동물을 기르는 주변 친구들이 “나는 절대로 안 쓸 것 같은데…”라고는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 쓸 수도 있겠네.” 스타트업을 시작한 뒤에도 이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듯하게 들릴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 당장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반응한다면, 결과적으로 당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2]

우물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에는 스타트업이 만드는 제품이 간절하게 필요한 사람이 최소한 어느 정도는 있어야만 한다. 언젠가는 써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제품을 지금 당장 원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 초기 사용자 집단의 수는 적은 것이 보통인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많은 사람이 급하게 필요로 하면서 스타트업이 첫 번째 버전에 일반적으로 쏟는 노력만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면 이미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당신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약간만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과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후자를 선택하라. 후자에 속하는 아이디어가 모두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아닐 수 있지만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대부분이 후자에 속한다.

당신이 만든 제품을 원하는 모든 사람의 숫자를 X축에 놓고, 그들이 제품을 원하는 정도를 Y축에 놓은 그래프를 상상해 보자. 이 그래프를 X축을 기준으로 거꾸로 뒤집는다면, 회사를 일종의 구덩이로 표현할 수 있다. 구글은 거대한 분화구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구글을 원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방금 시작한 스타트업이 구글처럼 거대한 구덩이를 파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당신은 넓지만 얕은 구덩이와 우물처럼 깊고 좁은 구덩이 중 한 가지 모양을 골라 구덩이를 파기 시작해야 한다.

분장용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보통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많은 사람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이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에 약간의 관심 정도만 가지고 있다.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거의 모두가 두 번째 유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알테어 베이직(Altair Basic)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우물과 같았다. 알테어를 가진 사람들은 수천 명에 불과했지만, 만약 이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그들은 기계어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30년 뒤 페이스북의 모습도 같았다. 최초의 페이스북은 수천 명의 하버드 학생만을 위한 사이트였지만, 그 수천 명의 사용자는 페이스북을 간절히 원했다.

만약 당신에게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지금 당장 원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스스로 질문해 보라. 정말 간절한 상황이라서 생전 처음 들어본 두 명짜리 스타트업이 만든 형편없는 제품도 사용할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나쁜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3]

우물이 꼭 좁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우물의 깊이이며, 우물이 좁아지는 현상은 깊이와 속도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당신의 우물은 좁아질 것이다. 실제로는 깊이와 협소함 사이에는 아주 강한 연결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가 특정한 그룹이나 사용자 유형에 강한 호소력이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아냈다면 좋은 징조라고도 말할 수 있다.

비록 우물 모양의 수요가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필요조건에 가까운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만약 마크 주커버그가 오직 하버드 학생들에게만 매력적인 것을 만들었다면, 이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아니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작은 시장에서 시작한 후, 그로부터 빠르게 빠져나올 길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였다. 대학들은 상당히 비슷하므로 당신이 페이스북을 하버드에서 성공하도록 만들었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역시 성공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제품은 모든 대학교로 퍼질 것이다. 일단 모든 대학생이 사용한 뒤에는, 가입만 허락해주면 모든 사람이 사용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알테어용 베이직, 다른 컴퓨터용 베이직, 베이직 외의 다른 언어, 운영 체제, 애플리케이션, 기업 공개.

자신

아이디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아이디어가 거대한 기업의 싹이 될지, 아니면 그저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품이 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개는 알 수 없다. Airbnb의 창업자들은 그들이 두드리는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처음에는 깨닫지도 못했다. 처음 그들의 아이디어는 훨씬 좁았다. 그들은 컨벤션 기간에 남는 공간을 빌려달라고 집주인을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이 아이디어가 커질 줄은 미리 알 수 없었으며, 아이디어가 서서히 창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처음 그들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밖에는 알 수 없었다.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가 처음 느꼈던 것도 아마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초기의 틈새시장으로부터 빠져나올 길이 존재할 때, 그 길이 처음부터 분명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길조차 나에게는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Y콤비네이터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험이 많더라도 틈새시장에서 잘 빠져나오기는 쉽지가 않다. 최초의 아이디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아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을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메타 사실 뿐이다.

그렇다면 초기 아이디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여러 아이디어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실망스럽긴 하지만 재미는 있다. 만약 당신이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어떤 아이디어가 맞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고, 어떤 일이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감이 맞을 확률이 높다.

모터사이클 정비의 선(禪)과 기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에서 로버트 피어시그(Robert Pirsig)는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페인팅 방법을 알고 싶은가? 그것은 쉽다. 완벽한 사람이 된 다음에 그냥 자연스럽게 칠하면 된다.

고등학교 때 처음 이 구절을 읽은 뒤부터 나는 이 말이 정말 맞는지 궁금했다. 나는 그의 조언이 오토바이를 멋지게 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이 처한 상황에서는 아주 잘 들어맞는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지닌 사람이 되면 된다.

한 분야의 최첨단에 있다는 말은 그 분야를 앞으로 이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당신은 한 명의 사용자로서 최첨단에 서 있을 수도 있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한 것은 그가 프로그래머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기보다는 그가 컴퓨터를 아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2004년에 40대였던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당신의 개인 정보를 반쯤 공개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이 아이디어에 치를 떨 것이다. 그러나 주커버그는 이미 온라인에서 살고 있었고, 그에게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폴 북하이트(Paul Buchheit)는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을 두고 “미래에 산다.”고 표현했다. 이 말과 피어시그의 말을 합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는다.

미래에 살고, 빠진 것을 만들어라.

많은, 아니 대부분의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이 시작했던 방식을 이 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애플도 야후도 구글도 페이스북도 처음에는 회사가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회사들은 창업자가 세상에서 빈틈을 보았기 때문에 만든 것을 키워 나갔다.

성공한 창업자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찾았는지 살펴본다면, 보통은 준비된 마음가짐에 어떤 외부의 자극이 가해져 빚어진 결과일 때가 많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알테어 이야기를 듣고서 “알테어용 베이직 인터프리터 정도는 우리가 틀림없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드루 휴스턴은 USB를 잃어버리고서 “내 파일이 온라인에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알테어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사람이 USB를 잃어버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드롭박스의 창업자가 이런 자극을 받은 후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은 경험을 통해 그 기회를 알아차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분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말할 때 사용하길 바라는 동사는 “생각해 내다”가 아니라 “알아차리다”이다. Y 콤비네이터에서는 창업자의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자연스러운(organic)” 스타트업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가장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는 비결을 기대했겠지만, 그 대신 들은 것이라고는 준비된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실망스럽겠지만, 이게 진실이다. 게다가 비결은 비결이다. 운이 없으면 2~3일이 아니라 1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만약 당신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 중에서 최첨단에 서 있는 분야가 없다면, 그런 분야를 하나쯤 가지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의 머리만 있으면 누구나 1년 안에 모바일 앱 만들기 등의 최신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하는 데는 최소 3~5년은 걸리므로,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은 합리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공동 창업자를 찾는 중이라면 훨씬 도움이 된다. [4]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서기 위해 반드시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분야 역시 빠르게 변한다. 하지만 해킹을 배우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표현했듯이 소프트웨어는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으며, 이 트렌드는 앞으로 수십 년은 계속될 것이다.

해킹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 이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제프 베조스는 해킹을 할 수 없었다), 장점임에는 분명하다. 대학의 인명부(facebook)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저 “재미있는 아이디어네.”라고 생각하지만 말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네. 오늘 밤에 첫 버전을 만들어 봐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더욱 큰 장점이 된다. 심지어 당신이 프로그래머이자 목표 사용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면, 새로운 버전의 제작과 그 버전의 사용자 테스트를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더욱 좋다.

알아차리기

어쨌든 당신이 미래에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곳에서 빠진 것을 찾는 것이 곧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알아차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면, 그곳에는 분명 빠진 것이 있을 것이다. 그 빠진 것들이 스타트업 아이디어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고 싶다면 “뭐가 빠졌지?” 필터를 켜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아이디어가 큰 회사로 발전할 수 있을까?”와 같은 그 밖의 모든 필터를 꺼야 한다. 이를 시험할 시간은 나중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문제를 생각하게 되면,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걸러질 뿐만 아니라 나쁜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빠진 것을 발견하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 보통이다.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자신을 속여야 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아이디어 찾기는 답 없는 문제 풀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기술적 진보가 멈출 확률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하다. “X없이 전에 어떻게 살았지?”라는 이야기가 나올 물건들이 근 몇 년 안에 만들어지리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해결책은 불 보듯 뻔한 것처럼 보인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런 뻔한 해결책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필터를 끄는 것이다. 그중 가장 강력한 필터는 현재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가장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들조차 대부분 그런 태도를 지니고 있다. 만약 사람이 모든 일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면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문 앞까지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는 중이라면,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얻는 효율성을 일부 희생하고 주변의 일에 의문을 품어도 된다. 왜 받은 메일함은 넘치는가? 이메일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인가? 아니면 받은 메일함에서 메일을 삭제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인가? 왜 그렇게 이메일을 많이 받는가?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은 뭐가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받은 편지함에서 원하는 이메일을 고르기는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왜 이메일을 읽은 다음에도 계속 보관해야 하는 걸까? 받은 메일함이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인가?

당신이 짜증 나는 일들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라.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의 장점은 그런 태도가 삶을 (일정 수준)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그럭저럭 살만하게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만약 당신이 앞으로 50년간 세상에 등장할 모든 것을 알지만 그것을 가질 수는 없다면, 현재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현재의 삶이 아주 답답할 것이다. 어떤 일에 짜증을 내는 이유는 당신이 미래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문제를 찾았다면,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그 문제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막 Viaweb을 시작한 시기의 모든 온라인 상점에서는 웹 디자이너들이 HTML 페이지를 일일이 만들고 있었다. 프로그래머인 우리는 소프트웨어로 이런 사이트를 대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

이는 결국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스타트업 아이디어 찾기는 명백한 것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이상한지 짐작이 가는가. 당신은 생전 본 적도 없지만 명백한 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때 당신은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으므로 그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정면 공격(자리에 앉아 아이디어 생각하기 등)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은 무의식에 맡겨둔 채 빠진 것이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는 어려운 문제를 작업하되, 객관성을 유지하며 자기 생각에 빈틈이 없는지, 다른 사례는 없는지 주의하도록 하자. [6]

자신에게 시간을 좀 주어라. 얼마나 마음가짐을 단단히 가질지는 당신이 쉽게 조절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가 불꽃처럼 튀어나오는 자극을 접할 기회를 조절하기는 어렵다. 만약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한 달 안에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기로 했고, 그때가 마침 알테어가 등장하기 1개월 전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아마 훨씬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했을 것이다. 드류 휴스턴은 드롭박스를 만들기 전에 훨씬 보잘것없는 SAT 자율 학습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하지만 드롭박스는 절대적인 수준뿐만이 아니라 그가 지닌 능력에도 알맞은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였다. [7]

아이디어를 알아차리기에 좋은 속임수에 가까운 방법은 멋진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빠진 것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그리 재미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려고 노력할 때 나쁜 아이디어를 얻기 쉬운 것처럼, “장난감”으로만 기억될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인 경우도 꽤 있다. 어떤 물건을 장난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 그 물건은 중요하지 않다는 점만 빼면 아이디어가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멋지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미래에 살고 있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을 멋지게 만들어 냈다면, 그 물건은 문외한의 생각보다는 더 중요한 것일수도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이크로컴퓨터를 시작했을 시절, 마이크로컴퓨터는 장난감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는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세대인데, 당시에는 마이크로컴퓨터를 가진 사람을 보통 “취미 생활에 열심인 사람(hobbysists)”라고 불렀다. 백럽(BackRub: 구글의 전신)은 시답잖은 과학 프로젝트 같았다. 페이스북은 대학생들이 서로 귀찮게 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Y 콤비네이터에서 우리는 업계의 잘나신 분들이 장난감으로나 여길 법한 것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신바람이 난다. 우리에게 그것은 아이디어가 좋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길게 보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는 없겠지만) 길게 볼 여유만 있다면 “미래에 살고 빠진 것을 만들라”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더 훌륭하게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살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만들라.

학교

나는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공부하기보다는 위와 같이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창업”이란 행동을 통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종류의 일이다. 가장 성공한 창업가들의 선례가 이를 증명한다. 대학에서는 미래를 위해 성장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에는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회가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연스러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희생하고 가장 쉬운 부분을 공부하려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섹스를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창업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할 것이다. 당신이 배우는 것은 말이 전부다.

관심사가 충돌하는 순간은 아이디어를 얻기에 특히 좋다. 만약 당신이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상태에서 다른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한다면, 소프트웨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다른 관심사에서 좋은 문제를 발견할 가능성이 곱절은 높다. (a)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이 소프트웨어 업계 사람들처럼 그들의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이미 해결했을 가능성이 적고, (b) 새로운 관심사에 무지한 상태에서 바라보므로 종사자들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현재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다면 창업학 수업을 듣기보다는 (유전 공학 등의) 다른 수업을 듣는 편이 좋다. 생명공학 관련 기업에서 일한다면 더 좋다.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은 보통 여름 방학에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고 싶다면 여름 방학에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해 보는 것이 더 좋다. [8]

그게 아니라면 다른 수업은 아무것도 듣지 말고 뭐라도 만들어 보라.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이 모두 1월에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1월은 하버드의 리딩 피리어드(Reading Period)로,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전 수업이 없는 기간이다. [9]

하지만 스타트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는 섣부른 최적화다. 그냥 만들어라. 친구들과 함께 만든다면 더 좋다. 대학이 미래를 준비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인 것은 수업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팀도 함께 얻을 수 있는데, 내 경험에 비추었을 때 이는 최고의 조합이다.

연구를 멀리하라. 만약 어떤 학부생이 만든 무언가를 주변 친구들이 모두 쓰기 시작했다면, 그 무언가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전형일 가능성이 꽤 높다. 반면 박사 논문이 그렇게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프로젝트가 연구에 가까울수록 스타트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10] 내 생각에는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구의 제약성을 만족하는 프로젝트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완전히 다른 목표까지 함께 만족할 가능성은 드물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학생(교수)이 부업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에는 자동적으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끌려가게 된다(연구라는 제약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기운이 솟아나는 것은 덤이다).

경쟁

좋은 아이디어는 뻔해 보인다는 점 때문에, 막상 생각났을 때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그래서 포기하면 안 된다. 늦어서 고민하는 것은 그 아이디어가 좋다는 지표 중 하나다. 보통 10분만 웹을 검색해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똑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아직 늦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이 경쟁 기업 때문에 죽는 경우는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당신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수준의 경쟁자를 발견하지 않는 한 아이디어를 버리지 마라.

확신이 없다면 사용자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늦지 않았는지는 만들고자 하는 것을 급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알면 저절로 판단할 수 있다. 만약 다른 경쟁자가 아무도 없고 사용자가 급하게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생각했다면, 당신은 발 디딜 장소를 발견한 것이다. [11]

그다음은 그 장소가 얼마나 넓은지 판단하는 문제가 남는다. 또는 그곳에 누가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훗날 많은 사람이 할 일을 하고 있다면, 그곳이 현재에 아무리 좁더라도 아주 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핸드폰, 그것도 최신 기존의 핸드폰에서만 동작한다는 점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하려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당신이 발을 내딛기에 충분히 넓은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차라리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쟁자와 부딪힐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경험 없는 창업가들은 보통 경쟁자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생각한다. 당신의 성공은 경쟁자가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형편없는 경쟁자보다는 좋은 경쟁자가 차라리 낫다.

“포화 시장”에 진입할 때에도, 그 시장의 모든 사람이 간과하는 것에 대해 논리적인 접근만 할 수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포화 시장은 시작하는 위치로서는 상당히 괜찮다. 구글이 바로 그런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당신의 논리는 “어떻게든 허접스럽게 x를 만들지는 않겠다” 수준보다 훨씬 정교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자들에게는 의심스러운 부분을 밀어붙일 만한 용기가 없고, 만약 그들이 통찰을 그대로 따랐다면 당신의 계획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이번에도 구글이 바로 그런 아이디어였다. 구글 이전의 검색 엔진은 가장 훌륭한 검색 결과와 함께 빠르게 사용자를 떠나 보낸다는 근본적인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화 상태의 시장은 수요가 있지만 지금 존재하는 해결책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사실 좋은 징조다. 스타트업이 거대하고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 진입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따라서 성공한 모든 스타트업은 (구글처럼) 모든 사용자를 사로잡을 비밀 무기를 장착한 채로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에 뛰어들거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거대하게 성장할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다. [12]

필터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매력(unsexy) 필터와 난이도(schlep) 필터의 전원도 꺼야 한다.

대부분 프로그래머는 멋진 코드를 작성해 서버에만 올려두면 많은 사용자들이 몰려드어 돈을 내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지루한 문제를 다루거나 진짜 세상과 지저분하게 얽히고 설키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태도는 합리적이다. 그런 문제는 당신의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일파만파로 퍼지는 바람에 쉽고 편하게 일해도 되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모조리 사라졌다. 만약 당신이 지저분하고 지루한 아이디어가 있는 거리를 몇 블럭 걸어 보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곳에서 구현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찾게 될 것이다.

난이도 필터는 상당히 위험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나는 이 필터가 초래하는 어려움에 눈이 머는 현상(schelp blindness)에 대해 따로 글을 쓰기도 했다. 나는 이 필터의 전원을 꺼서 이익을 거둔 스타트업으로 스트라이프(Stripie)의 예를 들었으며, 그들은 아주 멋진 사례였다.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가 스트라이프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들은 스트라이프가 등장하기 전에 결제 절차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으려 했을 때,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결제를 다루는 것에 주눅이 들어 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스트라이프 역시 결제를 다루기는 힘들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는 그리 힘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결제를 다룬다는 것에 두려워한 나머지 이 아이디어를 멀리했지만, 다른 분야의 스타트업이 힘들어하기 마련인 사용자 확보 등의 과정을 스트라이프는 비교적 부드럽게 넘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용자에게 제품을 알리기 위해 그리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사용자들은 그들의 제품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력 필터는 두려운 일이 아니라 경멸하는 일을 멀리한다는 점을 빼면 대개 비슷하다. 우리는 비아웹에서 일할 때 이 필터를 극복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는 재미를 느꼈지만, 전자 상거래 자체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풀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를 볼 수 있었다.

매력 필터보다 난이도 필터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는, 난이도 필터가 환상에 불과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환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태한 마음가짐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상당히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제품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해도, 투자자와 거래하고 사람을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등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생각한 아이디어 중에 멋지긴 하지만 어렵다는 점 때문에 두려워져 멀리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쓸만할 아이디어는 모두 그 정도는 어렵기 때문이다.

매력 필터는 실수의 원인이 될 때도 있지만, 난이도 필터처럼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가치 있는 것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특히 당신이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을수록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게다가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더욱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13]

레시피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된 후에 흥미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때로는 그런 사치를 부릴만한 여유가 없을 때도 있다. 지금 당장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지금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데 처음의 아이디어가 나쁜 것으로 밝혀졌을 때처럼 말이다.

이 에세이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이를 만들어내는 요령에 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내 경험상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하는 편이 더 좋지만, 이 방식으로도 성공은 할 수 있다. 당신이 더 노력하면 된다.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때에는 무언가가 정말로 필요하다는 것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아이디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할 때에는 이 자연스러운 제약의 빈자리를 자신의 노력으로 대신해야 한다. 당신은 아주 많은 아이디어를 발견할 테지만, 그 중 대부분은 형편없을 것이므로 그것들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자연스러운 방법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스러운 아이디어는 영감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신 나간 생각 같지만 앞으로 흥할 아이디어가 창업자의 머리에서 ‘그냥’ 떠올라 시작한 스타트업이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쓸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아마 잘못된 길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어를 찾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전문 지식이 있는 영역을 살펴보라. 당신이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라면, (당신도 십대가 아닌 한) 십대가 사용하는 채팅 앱을 만들지 마라. 그 아이디어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으므로 그 아이디어는 무시하자.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아이디어 중에서 그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가? 당신이 지닌 전문 지식 덕분에 기준이 높아져서 어려운 것이다. 채팅 앱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데이터베이스 아이디어만큼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당신 스스로 전문가 행세를 한 셈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하자. 당신은 분명 필요한 것이 있다. [14]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왜 X를 만드는 사람이 없지? 누가 만들어 주기만 하면 바로 살 텐데.”라고 말한 적이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만약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당신과 똑같이 이야기할 것 같다면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생각해도 좋다. 당신은 수요가 있음을 알고 있으며, 사람은 만들기 불가능한 것을 입에 올리지는 않는 법이다.

더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에게 다른 사람은 필요로 하지 않는 독특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은지 생각해 보라. 오직 당신만 그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점차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과 같은 것을 필요로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이디어를 바꿀 때에는, 바꾸기 전까지 당신이 작업하던 아이디어가 당신이 지닌 특장점이 된다. 예전 아이디어를 작업하는 동안 다른 것에 대한 요구는 전혀 없었는가? 몇몇 유명한 스타트업도 이렇게 시작했다. 핫메일은 창업자들이 창업하기 전, 직장에서 일하면서 스타트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한 도구로 만든 것이다. [15]

젊게 사는 것은 특별해지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다. 가장 가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10대나 20대 초반의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뿌리를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 창업자는 불리한 점도 있지만, 자신 또래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유일한 세대라는 장점이 있다.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페이스북을 시작하기는 아주 어려웠을 것이다. (23세 이하의) 젊은 창업자인가? 현재의 기술로는 힘들지만 당신이나 주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일이 없는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 다음으로 좋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 세상에 아직 없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없는지 최대한 열심히 물어보라. 무엇이 빠졌는가? 그들은 할 수 없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좋아할 일은 무엇인가? 특히 일할 때 그들을 지루하게 하거나 짜증 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너무 열심히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지는 말고 가볍게 대화를 나눠 보자. 당신은 생각에 자극될만한 것을 찾는 중일 뿐이다. 간혹 그들이 자신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한 문제를 당신이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무언가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이럴 때 나는 보통 창업자에게 컨설턴트처럼 행동하라는 조언을 한다. 자신이 단 한 명의 사용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했을 법한 일을 하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가진 문제는 대체로 비슷하므로 이렇게 작성한 코드는 대개는 재사용할 수 있으며, 재사용할 수 없는 코드라고 해도 시작점에 도착하는 데 낸 대가치고는 작은 것이다. [16]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에 라 카르테(E la Carte)의 라자 수리(Raja Suri)는 레스토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레스토랑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배우기 위해 웨이터로 일했다. 언뜻 보기엔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타트업은 본래 극단적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창업자를 사랑한다.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에게 내가 권하는 한가지 전략은 난이도 필터와 매력 필터를 끄는 것에 멈추지 말고, 매력 없고 힘든 아이디어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트위터를 시작하려고 하지 마라. 그런 아이디어는 아주 희귀해서 찾는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력은 없지만, 사람들이 돈을 낼 만한 것을 만들어라.

난이도 필터를 완전히, 그리고 매력 필터도 어느 정도 배제하기에 좋은 한 가지 방법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다면 당신이 사용할 것이 없는지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라도 돈을 내고 쓰고 싶은 것이 있는가?

스타트업은 망가진 회사나 산업이 남긴 잔해를 처리하기도 하는데, 죽어가고 있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을 찾고, 그것들이 사라졌을 때 어떤 회사가 이익을 거둘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요령이다. 예를 들어 요즘 보도산업(저널리즘)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과 비슷한 사업이 돈을 벌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건 미래의 사람들이 “이 회사가 보도산업의 자리를 차지했다.”라고 말할 만한 회사는 어떤 것일까?

하지만 현재가 아닌 미래의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기존 산업의 자리를 차지하는 회사나 산업은 보통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x를 대체할 것을 찾지 말고 훗날 사람들이 x를 대체하게 되었다고 말할 법할 것을 찾아라.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그 대체가 일어날지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 예를 들어 전통적인 저널리즘은 독자들에게는 정보를 얻고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며 저자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하고 관심을 끄는 수단이었으며, 여러 종류의 광고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였다. 저널리즘의 이런 측면들은 모두 대체될 수 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저널리즘의 대체는 시작되었다)

스타트업은 중요하지만 규모가 작아 대기업이 무시하는 시장에 인력을 주로 배치하는 식으로 인적 자원을 분배하기 시작한다. 특히 대기업이 그 시장을 경멸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유리하다. 그 태도 때문에 대기업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 1의 초기 버전을 만들었을 당시 스티브 워즈니악은 휴렛팩커드의 직원이었고, 회사에 자신이 만든 컴퓨터를 생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었다.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휴렛팩커드는 그 기회를 거절했다. 그들이 거절한 이유 중 하나는 애플 1은 TV를 모니터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HP 정도의 하이엔드 하드웨어 기업이 보기에 이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17]

초기의 마이크로컴퓨터를 취미로 만들던 사람들처럼 현재는 대기업이 무시할 정도로 보잘것 없지만 뛰어난 사용자들이 있는가? 앞날을 멀리 내다본 스타트업이 작은 시장에 과한 규모의 노력을 쏟아보어 시장을 쉽게 선점하는 일도 꽤 자주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자체보다 더 큰 변화의 물결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런 물결을 찾고 그로부터 어떻게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 찾는 것도 좋은 요령이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과 3D 프린팅에 드는 비용은 모두 무어의 법칙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뒤에 찾아올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일들은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 중에 곧 가능하게 될 것은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하지만 변화의 물결을 찾아야 한다고 딱 잘라 이야기할수록 이런 요령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는 차선책에 그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변화의 물결을 찾는 작업은 근본적으로 자연스러운 방법을 흉내 내는 수단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다면, 변화의 물결을 찾을 필요가 없다. 당신이 곧 물결이다.

스타트업 아이디어 찾기는 아주 미묘한 작업이며, 그 때문에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노력한 사람 대부분이 답도 없이 실패한다. 단순히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식으로는 듣기에만 좋아 위험할 수 있는 나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더 간접적인 접근법이 가장 좋다. 만약 당신이 적당한 배경을 지니게 된다면,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당신이 세상의 빈틈을 알아차리는 상황과 우연히 마주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이런 빈틈이 회사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재미있는 물건을 만드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때도 흔하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미래에 살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만들라.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진짜 비결이다.

참고

[1]
이와 비슷한 나쁜 아이디어의 역사는 웹만큼 오래되었다. 1990년대에 아주 흔했는데, 당시 이런 생각을 하던 사람들은 x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x를 위한 포탈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구조적으로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다. “이곳은 x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나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로부터 돈을 번다. 이런 아이디어는 x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수백만 명이라는 통계적 사실로 창업자를 유혹한다. 그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은 20개가 넘는 관심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 20개의 커뮤니티를 정기적으로 방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2]
그건 그렇고, 내가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가 틀림없이 나쁜 아이디어라고 확신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무작위적으로 만들어진 DNA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유기체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 아이디어가 나쁘다는 것을 아는 것뿐이다. 듣기에만 그럴듯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보다 몇 배는 많고 좋게 들리지 않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도 많다. 따라서 어떤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좋게 들린다는 것 외에 아는 바가 없다면, 나쁜 아이디어로 생각해야 한다.

[3]
더 정확하게는 당신의 제품을 쓰고 싶을 마음이 생길 정도로 사용자의 필요가 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새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던 제품을 바꾸게 하려면 당신의 제품이 훨씬 더 좋아야 한다. 반면 새로운 검색 엔진을 써보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보다 검색 엔진이 훨씬 뛰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4]
나이를 먹을수록 이렇게 하기가 힘들어진다. 아이디어의 세계에는 부분 최적화라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지만, 경력의 세계는 존재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선택할 수 있는 길 사이에는 상당히 높은 장벽이 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이 장벽은 더 높아진다.

[5]
우리에게는 웹이 큰 사업이 되리라는 것이 명백해 보였다. 1995년에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이 이를 알기는 힘들었지만, 프로그래머들은 GUI가 데스크탑 컴퓨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눈으로 목격한 다음이었다.

[6]
이런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일지를 적고 매일 밤 그날의 빈틈과 다른 사례의 목록을 요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빈틈과 다른 사례 말이다.

[7]
샘 알트만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말이 단순히 절대적인 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주식과 비슷해서 소수의 창업자만 그렇게 시간을 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비교적 경쟁이 덜한 이유는 소수의 창업자만이 좋은 아이디어를 알아차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반면 형편없는 아이디어가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한 사람이 어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8]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회사의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는 채용의 첫 단계다. 하지만 당신이 뛰어나다면 첫 단계 정도는 건너뛸 수 있다. 당신이 졸업했을 때 이런 회사에 취직하는 데 문제없을 수준이라면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상관이 없다.

[9]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대학이 학생들에게 스타트업을 시작하도록 장려하려면 학생들이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
여기서 나는 IT 스타트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11]
이는 한 가지 원칙이 드러난 사례일 뿐이다. 경쟁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집중하라. 경쟁자가 가진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어찌 되었든 사용자로부터 배울 수 있다.

[12]
실제로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리고 시장을 재정의하는 것을 통해 한쪽의 전략으로 다른 쪽 전략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아이디어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쪽이 유용하다.

[13]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기가 항상 망설여진다. 스타트업은 비지니스다. 비지니스의 요점은 돈을 버는 것이며, 이런 제약 속에서는 가진 시간 전부를 가장 흥미로운 것에만 투자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14]
아주 강하게 필요해야 한다.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모두 당신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하지만 드류 휴스턴에게 드롭박스가 필요했던 것처럼,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에게 Airbnb가 필요했던 것만큼 당신에게 레시피 사이트나 지역 행사 제공 사이트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15]
폴 부크하이트는 나쁜 제품을 판매하려는 시도가 더 좋은 아이디어의 뿌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 콤비네이터가 아이디어가 나쁜 투자 회사를 다루는 최고의 방법은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을 낭비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팔아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제품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울 뿐만 아니라, 나쁜 아이디어를 팔려고 노력하는 도중에 진짜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16]
만약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차세대 페이스북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학생 클럽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중 최고의 퀸카를 만나 당신의 전용 IT 컨설턴트가 돼주겠다고 제안한 다음, 그들이 사회 활동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만들어 줘라. 일이 이렇게만 되면 앞길이 아주 창창할 텐데, 인기가 많은 여학생은 가장 필요한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 퍼뜨리기에도 좋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잘 안돼도 나는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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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1이 TV를 모니터로 사용했던 이유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 1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동료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모니터를 살 돈이 없었다.

이 에세이의 초고를 읽어 준 Sam Altman, Mike Arrington, Paul Buchheit, John Collison,
Patrick Collison, Garry Tan, Harj Taggar와 스타트업의 역사에 대한 내 질문에 답변해 준 Marc Andreessen, Joe Gebbia, Reid Hoffman, Shel Kaphan, Mike Moritz, Kevin Systrom에게 감사한다.

Test-Driven iOS Development

Test-Driven iOS Development

Test-Driven iOS Development

내가 TDD를 프로젝트에 적용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을 테스트할 지 정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도메인에서 사용되는 비지니스 로직의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기는 비교적 쉬운 것 같았지만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기반 프레임워크의 작동 구조를 알아야 했다.

이 책은 iOS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레이어(도메인, 인프라스트럭처, 애플리케이션 로직, 뷰)로 나누고 각 레이어에서 무엇을 테스트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코코아 프레임워크나 오브젝티브 c의 특성을 이용해 어떻게 테스트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한지 10개월 정도나 지나서야 책을 마쳤다. 그렇게 볼륨이 큰 책은 아니지만 하다말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도 여러번 한 덕에 TDD에도 많이 익숙해진 것이 느껴져 공부한 보람을 느낀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었지만, 막상 이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프로그래머를 위한 자기 계발서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다른 기술 서적과는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봤다.

‘일년에 한 번씩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라’라는 아포리즘의 출처를 이 책에서 찾았다는 것 역시 작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켄트 벡의 구현 패턴

켄트 벡의 구현 패턴 커버

켄트 벡의 구현 패턴

역시 믿고 보는 켄트 벡의 저서였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래밍을 자신의 의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보고 자신이 작성한 코드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읽힐지를 다룬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WWDC 2013: XCode 5에서 테스트하기(Testing in XCode 5)

비디오 링크(사파리에서만 시청 가능)

XCode 5와 iOS 7 개발 환경에서 단위 테스트를 할 때 달라진 점을 소개한 세션이다.

XCode 5가 테스트 개별 실행이나, 테스트 전용 브레이크 포인트 등을 통합해 테스트를 작성하고 유지 보수하고 디버깅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도록 진화했다.

새로운 단위 테스트 프레임워크인 XCTest는 사용법이 기존의 OCTest와 그리 다르지는 않아 보이는데 아마도 테스트 개별 실행 등의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것이 아닌가 싶다.  OCTest와 병행해서 사용가능하며, 기존의 OCTest로 작성된 테스트를 XCTest로 자동 리팩토링하는 도구도 XCode 5에 포함되어 있다.

역시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지속적 통합에 관한 부분이다. 지속적 통합에 관해서는 별도의 세션이 있어 따로 다룰 생각이다. 전부터 프로젝트에 도입해 보고 싶었던 프로세스인데 굉장히 쉽게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클린 코드

클린 코드 표지

2011년 10월, 졸업 전시회가 시작한 후 전시장 근처의 영풍문고에서 서성이다 이 책을 집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조금 훑어 보다가 영 안 읽혀서 내려놓은 책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읽어 보았다.

당시에는 애자일이고 테스트 주도 개발이고 리팩토링이고 개념조차 없던 때니 읽기 어려웠던 것이 당연했다. 1년 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책의 내용을 필요로 하며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혁신 기업의 딜레마

혁신 기업의 딜레마 표지

교보문고 링크

끝까지 읽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내용이 좋고 글이 명쾌해서 쉽게 읽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다 그만두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마음 다잡고 읽자 금새 읽게 되었다.

저자가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있는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이 아주 체계적이고 명쾌했다. 뛰어난 기업이 파괴적 기술 앞에서 무너지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나는 지난 해 회사를 그만두기 전, 그 회사의 신사업부에 속해 있었는데, 왜 그 신사업부가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을 통해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린 스타트업이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 들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한 후에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한다면, 이 책에 나온 파괴적 기술과 존속적 기술에 기존 기업과 신생 기업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 스타트업: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IT 창업 가이드

린 스타트업(러닝 린) 커버

 

교모문고 링크

국내에는 에릭 리스라는 저자가 쓴 이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에릭 리스가 바로 린 스타트업의 창시자이므로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Running Lean으로 국내에서는 마케팅 목적 때문에 린 스타트업으로 지은 듯 하다(국내에서는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보다 더 잘 팔린다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었다ㅎㅎ) .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이 린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을 넓게 정의했다면, 이 책은 이 린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적용해 실제로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다루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을 이론으로, 애시 모리야의 린 스타트업을 실전편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저자가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매각한 클라우드 파이어의 개발 과정을 통해 아주 구체적으로 스타트업의 제품 개발 방법을 묘사하고 있다. 린 스타트업의 이론을 실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대해서 학습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놀랍고도 재밌는 점은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할 때도 린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본래 스타트업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던 저자는 블로그 방문자들이 린 스타트업의 구체적 적용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감지한 다음,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책)의 시장 수요가 있다는 점을 밝혀 내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며, MVP(덜 쓴 책)을 통해 수익을 거두기까지 한다. 이후 검증된 시장성을 바탕으로 출판사를 선정해 대규모 출판까지 이어지는 성공을 거둔다. ㅎㄷㄷ…

그는 클라우드 파이어를 혼자서 개발한 듯 하다. 시장 조사, 인터뷰, 개발, 디자인, 영업, 영향력있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책을 집필할 정도의 글빨과 같은 다재다능함과 이 능력을 린 스타트업이라는 방법론에 맞춰 효과적으로 조율하며 스타트업을 만들어 나갔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부럽다.

나도 조만간….아니 언젠가는… -_-;;